라디오를 처음 만든 회사가 광고를 파는 이유: LG전자의 68년

한 줄 요약

LG전자는 가전 판매 둔화에 맞서 구독과 webOS 광고 같은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의 축을 옮기고 있습니다.

라디오를 처음 만든 회사가, 지금은 TV로 광고를 판다

LG전자를 ‘냉장고와 TV를 만드는 회사’로 기억한다면 절반만 아는 셈이다. 이 회사는 2024년 웹OS(web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만으로 연 매출 1조 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하드웨어를 팔고 끝내는 대신, 켜져 있는 TV 화면 자체를 수익원으로 바꾼 것이다. 68년 전 창업해 이듬해 국산 라디오를 처음 만든 이 회사가 어쩌다 ‘광고 파는 회사’가 되었을까. 그 답은 창업 당시의 DNA와 몇 번의 결정적 전환점에 이미 들어 있었다.

금성사에서 LG까지, 개척으로 쌓은 68년

1958년 금성사 창업부터 2005년 GS그룹 분리까지 LG전자 68년 주요 이정표를 정리한 가로 타임라인
국내 최초의 연속: 금성사에서 LG까지의 이정표

LG전자의 뿌리는 1958년 10월 창업주 구인회가 부산에 세운 금성사(GoldStar)다. 한국 전자산업이 여기서 출발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59년 국산 최초의 라디오 A-501을 내놓은 뒤로,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대체로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선풍기, 자동전화기, 냉장고, 1966년 흑백TV(VD-191), 세탁기까지 남이 안 만든 것을 먼저 만드는 개척자의 자리에 섰다.

정체성이 크게 바뀐 순간은 1995년이다. 36년간 써온 ‘럭키금성(Lucky-Goldstar)’ 간판을 내리고 그룹과 사명을 LG로 통합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브랜드를 확보하려는 결단이었다. 이어 2002~2003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사 체제((주)LG)로 전환했고, 2005년에는 반세기 넘게 이어온 구씨·허씨 동업을 정리해 허씨 일가가 GS그룹으로 분리해 나갔다. 제조업 명가를 자본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다시 설계한 시기였다.

스스로 ‘가전 회사’라는 정체성을 부순 이유

2030년까지 매출의 50퍼센트, 영업이익의 75퍼센트를 신사업에서 달성한다는 LG전자 목표와 가전구독 75퍼센트 성장, webOS 광고 1조원 실적을 보여주는 도표
가전에서 플랫폼으로: 2030 비전의 목표 수치

여기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나온다. 1995년의 사명 교체와 2000년대 초 지주사 전환은 모두 ‘하드웨어 제조사’라는 틀을 글로벌·자본 친화적 구조로 바꾼 사건이었다. 이런 유산이 있었기에, 지금 조주완 CEO가 내건 ‘2030 미래비전’—가전 제조사에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이 갑작스러운 구호가 아니라 회사의 오랜 방향성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목표는 구체적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사 매출의 50%, 영업이익의 75%를 플랫폼·서비스·B2B 등 신사업에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전 구독 사업은 전년 대비 75% 성장해 약 2조 원에 육박했고, 앞서 언급한 웹OS 광고 사업도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남이 안 하던 걸 먼저 한다’는 창업 DNA가, 이번엔 ‘가전 회사가 안 하던 사업’을 향한 셈이다.

2025년 인도 IPO가 보여준 실탄

2025년 10월 LG전자 인도법인 IPO 성과를 청약자금 70조원, 경쟁률 54대 1, 첫날 48퍼센트 상승, 1조8천억원 확보로 정리한 카드형 지표
인도 IPO가 확보한 실탄 (2025.10)

이 전환에는 돈이 든다. 그 실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2025년 10월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이다. 여러 언론은 이 상장에 청약 자금 약 70조 원이 몰려 경쟁률 54대 1을 기록했고, 상장 첫날 주가가 48%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증시에서 약 20년 만의 최대 규모 IPO로 꼽혔다. LG전자는 지분 15%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내놓아 본사가 약 1조 8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방식이다. 신주를 찍어 자본을 늘리는 대신 현지 증시에 별도로 상장했다는 것은, 1995년과 2000년대 초에 다져둔 ‘글로벌·자본시장 친화’ 유산이 인도라는 핵심 성장시장에서 다시 작동한 장면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본은 구독·플랫폼 전환을 뒷받침하는 연료가 된다.

숫자로 본 전환의 현재

전환의 성적표는 어떨까. LG전자는 2024년 연결 매출 87조 7,282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전년비 +6.6%). 다만 2025년 3분기에는 매출 21조 8,737억 원, 영업이익 6,889억 원으로 소폭 뒷걸음쳤다. 미국 관세와 수요 둔화가 하드웨어 판매를 눌렀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왜 지금 플랫폼 전환인가’에 대한 답이 나온다. 제품 판매가 흔들릴 때, 매달 돈이 들어오는 구독과 켜둘수록 수익이 쌓이는 웹OS 광고가 실적의 방어선 역할을 했다. 하드웨어의 좋은 시절만 믿었다면 갖추기 어려운 안전판이다.

개인적으로 LG전자의 이번 전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잘 팔리는 가전 회사가 스스로 그 정체성을 흔들 만큼 다음 판을 서두른다는 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LG전자는 왜 가전 회사에서 플랫폼·구독 사업으로 전환하나요?

제품을 한 번 팔고 끝내는 하드웨어 모델은 수요가 둔화되면 실적이 흔들립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매출의 50%, 영업이익의 75%를 플랫폼·서비스·B2B에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매달 수익이 들어오는 구독(약 2조 원 규모)과 webOS 광고(연 1조 원 돌파) 사업을 키워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Q. 2025년 LG전자 인도법인 IPO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2025년 10월 인도 증시 상장은 약 20년 만의 최대 규모 IPO로 꼽혔고, 상장 첫날 주가가 48% 급등했습니다. LG전자는 지분 15%를 구주매출로 내놓아 약 1조 8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자본은 구독·플랫폼 전환을 뒷받침하는 실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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