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코카콜라의 2026 리브랜딩은 로고를 바꾸는 대신, 140년간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지키고 하나의 기준으로 다듬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름도 로고도 그대로인데, 왜 ‘리브랜딩’일까
코카콜라가 2026년 새로운 시각 정체성(GVI, 글로벌 비주얼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전 세계 200여 개 시장에 적용되는 대규모 작업입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로고도, 빨강과 흰색의 색 조합도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흔히 ‘리브랜딩’이라 부르는 작업은 대개 눈에 띄게 무언가를 바꾸는 일이니까요.
업계에서는 이번 작업을 “코카콜라를 더 코카콜라답게(Making Coca-Cola more Coca-Cola)”라는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바꾸는 리브랜딩이 아니라, 지키는 리브랜딩인 셈입니다. 이 역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40년에 걸친 브랜드의 역사를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약국 시럽에서 세계의 아이콘으로, 코카콜라의 140년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약사 존 펨버턴이 개발한 시럽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국 소다파운틴에서 팔던 음료였습니다. 이름과 그 유명한 필기체 로고는 펨버턴의 경리 담당이던 프랭크 로빈슨의 작품으로, 그가 ‘Coca-Cola’라는 이름을 짓고 당시 유행하던 스펜서체로 써 내려간 것이 오늘날 워드마크의 원형이 됐습니다.
펨버턴 사후 사업권을 확보한 아사 캔들러는 1892년 더 코카콜라 컴퍼니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공격적인 광고로 대중화의 토대를 놓습니다. 이후 코카콜라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1915년에는 손끝의 촉감만으로 구별되는 컨투어 병이 탄생했고, 1931년에는 일러스트레이터 해든 선드블롬이 그린 빨간 옷·흰 수염의 산타클로스가 등장해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산타의 이미지를 대중화했습니다. 로고 서체, 병의 실루엣, 빨강과 흰색, 그리고 크리스마스까지. 코카콜라의 자산은 곧 브랜드 그 자체가 됐습니다.
국내에는 1968년 한양식품이 첫 보틀링 파트너로 생산을 시작했고, 1974년 원액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국 코카콜라가 설립됐습니다. 현재는 원액·마케팅은 한국 코카콜라가, 완제품 생산·유통은 LG생활건강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가 맡고 있습니다.
‘뉴코크’의 실패가 완성한 ‘바꾸지 않는 리브랜딩’

쌓아 올린 자산이 얼마나 무거운지 코카콜라 스스로 뼈아프게 배운 사건이 있습니다. 1985년, 코카콜라는 맛 자체를 바꾼 ‘뉴코크’를 출시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약 40만 건의 항의가 쏟아졌고, 회사는 약 79일 만에 원래 제품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핵심 자산을 함부로 건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았습니다.
2026년 리브랜딩이 ‘새 로고’가 아니라 ‘기존 자산의 재정비’를 택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40년간 축적한 자산과, 그 자산을 훼손했다가 실패한 경험. 이 두 가지 역사가 있었기에 코카콜라는 화려한 변신 대신 보수적인 길을 택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작업은 스펜서체 워드마크, 다이나믹 리본, 아든 스퀘어 같은 상징을 그대로 두되, 200여 개 시장에서 제각각 쓰이던 적용 방식을 하나의 기준으로 표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코카콜라의 리브랜딩이 ‘바꾸기’가 아니라 ‘지키기’인 이유입니다.
감성 유산이 컸던 만큼, AI 광고의 역풍도 컸다
자산이 크다는 것은 반대로 그것을 잘못 다뤘을 때 반발도 크다는 뜻입니다. 2024년 11월, 코카콜라는 1995년의 크리스마스 캠페인 ‘Holidays Are Coming’을 생성형 AI로 재현한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영혼이 없다”는 혹평이 이어졌고,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고 여러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왜 유독 코카콜라의 AI 광고만 이렇게 크게 논란이 됐을까요? 1931년의 산타부터 1995년의 빨간 트럭까지, 코카콜라는 90년 넘게 크리스마스를 ‘사람과 온기, 그리고 이야기’로 브랜딩해온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감성 자산이 그만큼 두터웠기에, 그 상징을 기계가 대신하자 소비자가 느낀 거리감도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컸던 것입니다. 자산이 큰 브랜드일수록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이 경험은, 앞서 본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는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글로벌 표준화의 반대편, 서울 해방촌 골목

흥미로운 지점은, 이렇게 글로벌 일관성으로 성장한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성과를 냈다는 것입니다. 2026년 코카콜라는 서울 해방촌 신흥시장 상인들과 함께한 ‘코카콜라 X 신흥시장’ 프로젝트로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그랜드 에피를 수상했습니다. 18개 매장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시장 입구와 골목, 개별 가게 공간을 리뉴얼하며 브랜드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지역 상생 캠페인이었습니다. 전년의 ‘레드리본 캠페인’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상으로, 에피 어워드 코리아 역사상 한 브랜드가 그랜드 에피를 2년 연속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하나의 표준’, 로컬 시장에서는 ‘골목의 얼굴’.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지켜야 할 핵심 자산은 흔들림 없이 표준화하고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은 그 지역의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두 전략은 같은 원칙 위에 서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카콜라의 이번 행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140년 된 브랜드가 여전히 ‘무엇을 바꿀까’보다 ‘무엇을 지킬까’를 먼저 묻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카콜라 2026 리브랜딩은 무엇이 바뀌었나요?
로고와 빨강·흰색 색 조합은 그대로 두고, 그동안 200여 개 시장에서 제각각 쓰이던 브랜드 자산의 적용 방식을 하나의 기준으로 표준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새 로고를 만드는 대신 기존 자산을 재정비하는 방향이었습니다.
Q. 코카콜라는 왜 로고를 바꾸지 않았나요?
140년간 쌓아온 스펜서체 로고와 컨투어 병 같은 자산이 그 자체로 브랜드였고, 1985년 맛을 바꾼 ‘뉴코크’가 거센 항의 끝에 원래 제품으로 되돌아간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핵심 자산을 지키는 보수적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