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80년 성공 공식이던 교외 창고형·DIY 모델이 한국 소비 트렌드와 충돌하자, 이케아가 2026년 도심형 매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세계 최대 매장을 열었던 브랜드가, 왜 매장을 줄일까요?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에 문을 연 이케아 1호점은 개점 당시 전 세계 이케아 중 가장 큰 매장이었습니다. 진출 첫 회계연도에 광명점 한 곳이 3,080억 원의 매출로 단숨에 국내 가구 3위에 올랐습니다(한국경제 보도).
그런데 2026년 4월, 이케아 코리아는 서울 마곡 미디어 데이에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앞으로는 복합쇼핑몰에 들어가는, 광명점의 20분의 1도 안 되는 600~1,000㎡ 규모의 ‘도심형 매장’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매장을 앞세워 상륙했던 브랜드가 11년 만에 매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돌아선 셈입니다. 이 전환을 이해하려면, 이케아가 지난 80여 년간 무엇으로 돈을 벌어왔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시골 청년이 만든 ‘납작한 상자’의 공식

이케아는 1943년, 열일곱 살이던 잉바르 캄프라드가 스웨덴에서 세운 우편 판매 회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 취급한 것은 가구가 아니라 펜·지갑·액자 같은 잡화였습니다. 브랜드명 IKEA는 창업자의 이니셜(Ingvar Kamprad)에, 그가 자란 농장 엘름타리드(Elmtaryd)와 고향 마을 아군나리드(Agunnaryd)의 머리글자를 더해 만든 이름입니다.
이케아를 지금의 이케아로 만든 결정적 발명은 1950년대 중반에 나왔습니다. 한 직원이 테이블을 차에 싣기 위해 다리를 떼어내는 모습을 보고, 아예 가구를 부품 상태로 납작하게 포장해 파는 ‘플랫팩(flat-pack)’을 고안한 것입니다. 부피가 줄면 물류비와 창고비가 크게 낮아지고, 조립은 소비자 몫입니다. 여기에 땅값이 싼 교외에 대형 창고형 매장을 세우고, 고객이 스스로 제품을 골라 계산대로 가져오는 ‘셀프 픽업’ 방식을 결합했습니다. ‘플랫팩 + DIY + 교외 대형 매장’이라는 세 축이 맞물린 저가 공식이야말로, 이케아를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한 엔진이었습니다.
2014년 한국에 들어올 때도 공식은 똑같았습니다. 서울 외곽 광명에 세계 최대 규모의 창고형 매장을 세웠고, 이후 고양·기흥·동부산으로 이어진 확장도 모두 같은 ‘교외 대형 창고형’ 모델이었습니다.
성공 공식이 한국에서 ‘족쇄’가 되기까지

문제는 그 공식이 한국의 소비 환경과 점점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케아 코리아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6,393억 원으로 전년보다 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9억 원으로 41.3% 급감했습니다. 매출은 2020년 6,608억 원 이후 6,000억 원대에서 정체됐고, 수익성은 눈에 띄게 나빠지는 흐름입니다(시사저널e 보도).
여기에 앞서 대구 신규 매장과 평택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잇따라 접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케아 한국 철수설’이 흘러나왔습니다.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케아의 정체성 그 자체였습니다. 국내 가구 업체들이 배송·설치·A/S를 하나로 묶은 온라인 패키지로 빠르게 무장하는 동안, 이케아는 여전히 ‘교외까지 직접 가서, 직접 고르고, 직접 조립하라’는 모델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의 무게중심이 온라인과 도심으로 옮겨간 시대에, 창고형·DIY 모델은 강점이 아니라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80년 된 성공 공식을, 한국에서 일부 내려놓다

2026년 4월의 도심형 매장 발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 답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새 전략의 거의 모든 요소가 창업기 이래의 ‘이케아다움’을 완화하는 방향이라는 사실입니다. 교외 대신 도심 복합몰로 들어가고(교외 대형 매장의 완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1:1로 상담해 주는 ‘플래닝 스튜디오’와 주방 시공 지원을 붙였으며(DIY·셀프의 완화), 오후 2시 이전 주문 시 소형 가구를 다음 날 받는 배송까지 도입했습니다(셀프 픽업의 완화).
다시 말해 이번 전환의 본질은, 플랫팩과 DIY, 교외 창고형이라는 80년 된 성공 공식을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부분적으로 내려놓는 결정입니다. 창업기의 강점이 오늘의 위기를 만들었기에, 그 강점을 스스로 완화해 위기를 넘으려는 셈입니다. 이케아가 내건 ‘HOME RE_IMAGINED(집을 다시 상상하다)’라는 리브랜딩 문구는, 소비자의 집만이 아니라 이케아 자신의 사업 모델을 다시 상상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변화는 한국 시장에 국한된 임기응변이 아닙니다. 이케아의 매장 운영을 맡은 잉카 그룹은 2026년 전 세계에 전통 매장의 약 5분의 1 크기인 소형 매장 20곳을 새로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박스형 매장 모델이 도시화와 온라인 소비 시대에 맞지 않게 되었다는 판단은 본사 차원의 글로벌 흐름이고, 한국은 그 흐름이 가장 선명하게 압축된 축소판인 셈입니다. 실제로 2025 회계연도 전 세계 이케아 소매 매출은 444억 유로로 전년보다 1.0% 줄었습니다(인터 이케아 발표 기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한 시대를 만든 강점을 ‘지켜야 할 정체성’이 아니라 ‘다시 상상할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느냐에 오래된 브랜드가 늙지 않는 비결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케아가 한국에서 철수하나요?
철수설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케아는 철수 대신 도심형 매장 확대를 택했습니다. 실적 정체와 대구 매장·평택 물류센터 계획 철회가 겹치며 철수설이 불거졌으나, 2026년 오히려 도심형 소형 매장을 늘리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Q. 이케아 도심형 매장은 기존 매장과 무엇이 다른가요?
교외의 대형 창고형 매장과 달리, 복합쇼핑몰에 입점하는 600~1,000㎡ 규모의 소형 매장입니다. 디자이너 1:1 상담(플래닝 스튜디오)과 다음 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셀프 픽업·DIY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